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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똥 묻은 휴지, 쿼바디스?(어디로 가시나이까?) 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_이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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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3-10 18:29 조회97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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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똥 묻은 휴지, 쿼바디스?(어디로 가시나이까?)
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315호] 2014년 03월 03일 (월) 09:01:17 한무영 e2news@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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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이투뉴스 칼럼 / 한무영] 국어시간에 ‘똥묻은 개, 겨묻은 개’로 시작되는 속담을 배우지만, 사회에 나오면 점잖은 사람들은 X묻은 개라고 쓰고, 뭐 묻은 개라고 말한다. 똥을 수학에서 쓰는 미지수 X로 표현한 것이다. 누구나 매일 빠짐없이 생산하는 똥을 똥이라고 하지 못하고 X라고 하는 현실. 문제의 근원을 제대로 보지 못하니까 생활의 불편은 물론, 엄청난 자본을 들여 만든 하수도 인프라에 대한 경제적 손실과 국격의 추락을 가져온다. 하지만 화투를 칠 때 시어머니에게 “빨리 똥 먹으세요” 라고 하는 며느리를 보면 똥이 그다지 어렵거나 회피 할 일도 아닌듯하다.

지난겨울 일본의 온천여관을 다녀왔다. 아주 공손하고 예의바른 종업원이 안내해준 깨끗한 방의 탁자위에 한글 안내문이 눈에 들어온다. ‘화장실에서는 휴지를 변기 안에 버려주십시오’ 이다. 아마도 한국에서 온 사람들은 화장실에서 똥묻은 휴지를 휴지통에 버리는 문화의 차이를 보고 기겁을 하고 정중히 요청하는 것이다. 이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기본적인 사항에 대한 개인의 인격과 우리나라의 국격에 관련된 일이기 때문이다.

똥묻은 휴지를 어디에 버려야 하는지에 대해 공무원, 교육가, 언론인, 친척, 친구 등 어느 모임에서도 물어보면 일치된 답은 안 나온다. 휴지를 변기안에 버리든지 휴지통에 버리는 사람 두 가지로 분류되어 나름대로의 신념과 논리를 펼친다. 미관상, 위생상, 그리고 외국의 예를 들면서 변기 안에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변기의 하류에 연결되어 있는 배관이 막힐 까봐 휴지통에 버려야 한다고 한다. 모두가 각자 나름대로 지금껏 살아오면서 터득한 소신이다. 하지만 두 가지 부류가 같이 쓰는 학교나 공중화장실에서는 커다란 충돌이 일어난다. 그 결과는 휴지통에 똥묻은 휴지가 넘쳐, 미관상, 위생상 문제가 된다. 특히 공항이나 호텔에서 화장실을 가는 외국인들은 첫인상부터 한국에 대한 이미지에 똥칠을 하게 된다.

똥묻은 휴지, 쿼바디스?(어디로 가시나이까?) 이에 대한 정답은 똥을 처리하는 과정에 있는 수세식 변기와 건물 내 배관, 하수관로, 하수처리장으로 구성된 하수도 인프라의 현황과 수준에 달려있다. 이 사회기반 시설은 우리 생활환경을 청결하게 하기 위하여 엄청난 비용을 들여 만들어져서 우리는 그 혜택을 누려야 할 텐데 무엇이 문제일까?

변기에 들어간 휴지는 건물 내의 수직관과 수평관을 통해 흘러가는데, 변기가 흘려주는 물에 의해 저절로 씻어 내려가도록 경사가 적절히 있어야 한다. 건물 내의 정화조에 찌꺼기가 보관되는 경우도 있지만, 하수도가 연결된 지역은 정화조가 없어도 된다. 건물밖에 있는 하수관로는 경사를 두어 자연구배로 흘러 내려가면서, 하수펌프장을 거치면서 하수처리장으로 들어간다. 하수처리장에서는 미생물들이 처리하는 공법을 쓰고, 처리 후 찌꺼기는 폐기물로 나간다.

위와 같은 경로를 보면 대부분의 답은 나와 있다. 변기 안에 보낼 것은 물에 잘 풀어지는 것이어야 하며, 그 기준은 KS규격에 정해져 있다. 잘 풀어지지 않는 일회용 휴지나, 필요 이상으로 많은 양의 휴지나 음식물찌꺼기 같은 것은 배관을 막히게 한다. 배관의 직경과 경사는 수세변기에서 나오는 물만으로 찌꺼기가 자연적으로 흘러내려가게 하여야 한다. 건축조례에 이런 것을 고려해서 반영되어야 한다. 도시 내 하수관로도 문제이다. 하수도는 경사가 점진적으로 급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경사가 급하다 완만해지면 거기에 찌꺼기가 쌓이게 되면 도시 내에서 곳곳에 냄새가 나게 된다. 펌프장으로 들어가기 전에는 스크린에 풀어지지 않는 휴지는 걸리게 된다. 풀어진 휴지는 하수처리장의 미생물에 의해 분해된다. 아마도 이러한 과정에 문제가 있는 건물이나 지방에서는 그 하수도 시스템을 고치든지, 아니면 건물이나 지역주민에게 휴지를 변기 안에 버리지 말라고 하여야만 할 것이다.
이 과정을 알면, 똥묻은 휴지 쿼바디스? 의 정답은 개개인의 윤리나, 도덕관, 지식의 정도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그 지역의 건물의 배관이나 하수관과 같은 우리의 인프라설치 방법과 현황에 따라 결정되는 인자이다.

물을 먹을 때 근원을 생각하라고 말이 있다. 이와 비슷하게 똥묻은 휴지를 버릴 때는 그것이 흘러내려가는 과정과 종착지를 알고 그 시스템에 맞게 버려야 한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역의 건물이나 하수도의 실정에 맞는 규격이나 기준을 만들어서, 교육과 홍보를 하여 시민들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똥묻은 휴지를 버리는 법도 잘 모르면서 어떻게 국격을 논하고, 선진국민이라고 하면서 개도국을 선도할 수 있겠는가? 이 문제를 범국민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건축, 환경, 교육에 관련된 정부부처의 종합적인 열린 해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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