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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산골 아이들과 부대끼자 詩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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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리젬 작성일16-12-26 17:28 조회14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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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아이들과 부대끼자 詩가 탄생했다
정상혁 기자


[유금옥 동시집 '전교생이 열 명']

2011년 本紙 신춘문예 당선… 강원도 도서관 7년 생활 담아
"동시의 정석" 극찬받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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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쓴 게 아니라 그저 채취했어요. 산골짜기에서 산나물을 캐듯이, 심어서 재배한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옮긴 거예요."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동시인이 된 유금옥(63)씨가 첫 동시집 '전교생이 열 명'을 펴냈다. 아동문학가 이준관씨가 "동시의 정석"이라고 극찬한 책. 강원도 대관령 산골짜기의 왕산초등학교 도서관 사서로 근무하며 10명 남짓한 산골 아이들과 부대낀 7년을 담아냈다.

평생을 고향 강릉서 살다 시부모가 물려준 대관령 100년 된 초가삼간으로 이사 온 게 2007년. "건강도 안 좋았고, 죽을 때까지 시만 쓰고 싶어서 산속으로 들어갔죠." 그는 2004년 '현대시학'으로 먼저 등단한 시인. 마을에 시인이 왔다는 소문은 금세 퍼졌고, 집 근처 왕산초 교장이 찾아와 "도서관에서 독서 지도를 맡아달라" 부탁했다. 원래 급식소였던 1층짜리 건물에서 저녁 7시까지 아이들과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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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왕산초 도서관 앞에서 아이들과 함께한 유금옥(가운데)씨. “아이들과 있을 땐 그렇게 즐겁다가도 어른들을 만나면 편두통이 온다”고 했다. /유금옥

"애들도 저처럼 외로웠어요. 산이 높아 해는 일찍 지는데 놀이터도 학원도 없으니." 유씨는 도서관에 밥솥과 각종 부식을 쟁여놓고 배고픈 애들에게 밥을 해먹였다. 여름엔 풀밭에서 뛰놀고, 겨울엔 얼음을 쌓아 이글루를 만들었다. 어른의 언어를 잊자 어린이가 됐다. 60편의 동시는 그렇게 탄생했다.

애들과 시를 쓰기도 했다. "시 쓰자는 대신 일기나 편지를 쓰자고 했어요. 시라는 게 결국 삶이잖아요." 유씨는 그들의 서툰 글을 읽고 몇 번이나 울었다. 엄마 없는 아이가 쓴 편지 얘기를 꺼냈다. "제목이 '대통령님께'였어요. '우리 엄마를 찾아주세요/ 얼굴은 나하고 비슷하게 생겼을 거예요/ 파마머리일 것 같고 귀걸이를 했을 것 같고… /찾으면 꼭 연락주세요.' 이런 게 시가 아니면 무엇이 시입니까." 미사여구 없이도 애들의 생활은 그대로 시였다.

조선일보 당선작인 '살구꽃 향기'도 일상 그대로를 옮긴 것이다. '민지는 신체장애 3급입니다/ 순희는 지적장애 2급입니다… /민지가 바지에 똥을 싸면/ 순희가 얼른, 화장실로 데려가/ 똥 덩어리를 치우고 닦아줍니다… /살구나무도 신체장애 1급입니다/ 따뜻한 햇볕과 바람이 달려와/ 꽃 피우는 걸 도와주었습니다.'

산골 학교 교정 안, 고목마다 술래잡기하듯 구멍을 파고 진귀한 새들이 숨어있었다. "고양이만 한 소쩍새를 본 적도 있다"고 했다. 3년 전 정년퇴임한 그의 소망은 하나였다. "동시 쓰는 할머니로 어린이 옆에 계속 있고 싶어요"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2/26/201612260005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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